마음 궂은 날 비가 온다
아니, 비가 와서 마음이 궂은가
빗줄기 채 바닥도 적시지 못했는데
하마 내 가슴에서는
안개비 자분이 내려 촉촉하다
빗줄기 굵어지는건
궂은 내마음 헤아려
더 궂은 비로 달래려는
하늘의 짚음인가
창가 책상 앞에 앉아
궂은 까닭 생각곰 하고
그 생각 쓰고 싶기도 하고...
쉬 글이 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
시간이랑 두루뭉실 해 지는걸 느끼며
힘풀린 손아귀 펜 내려 놓고
후두둑이는 빗소리 듣는다
그래, 지금 내가 그렇단다
그렇게 속울음 자아내고 있단다
어쩌면 네가 내 마음을 잘도 표현하는 구나
후두둑 후두 후두둑
이렇게 네 소리에 취해서 궂은 마음 잊을 즈음
너도 따라 시나브로 개어
내 창에 햇빛들게 해 주지 않으련?
내 마음이 뽀송하면
비도 그친다고 말 할 수 있도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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